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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인생은 아름다워-서울극장과 그녀의 인생

by 쓰달 2023. 2. 13.

영화간략정보

제목 : 인생은 아름다워

장르 : 뮤지컬, 드라마

감독 : 최국희

출연 : 류승룡, 염정아 외

개봉일 : 2022년 9월 28일

2020년 12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 되다가 2022년 9월에 개봉되었다. 뮤지컬 형식의 영화는 세연과 진봉의 세대에게 진한 추억을 선사하는 영상과 음악들이 관전 포인트다. 2022년 제58회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 음악상, 뉴웨이브 남우 부문 상을 수상했다. 

 

줄거리

세연과 진봉 부부는 건강검진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가기로 한 날, 세연은 엉뚱하게도 버스를 잘못 타서 서울극장 앞에서 내려 서울극장에서의 추억에 들뜬다. 이 부분이 첫 장면에 나오는 것은 주인공인 세연의 인생과 같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어쩔 수 없이 진봉 혼자 아내의 검사 결과를 듣는다. 폐암 말기, 그것도 살날이 2달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라는 것을 알게 된다. 충격받은 진봉의 차가운 행동에 세연은 자신이 늦어서 화가 난 줄 알고 사과한다. 이후로도 진봉은 아픈 그녀를 위로하기보다는 무심함과 화로 표출하게 되어 세연을 더욱 서글프게 만든다. 전자담배 때문에 교무실에서 혼나는 딸을 목격한 후 딸과 심하게 싸우고, 공부해야 할 아들은 몰래 음악을 배우고, 남편은 아픈 부인을 아는지 모르는지 수능준비 중인 아들이 있는데 미역국 끓였다고 질책하고, 보험, 예금 등 모두 해지하라면서 화만 내고, 세연은 폭발한다. 정말 자신에게 할 말이 이런 것들 뿐이냐고, 자신이 괜찮은지 아프지 않은지 무섭지는 않은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왜 이런 건 물어보지 않냐고, 나는 1분 1초가 아까워서 잠도 못 자는데 어떻게 코를 골며 편히 잘 수가 있냐며 울음을 터뜨린다. 세연은 일상을 내려놓고 남편 진봉에게 첫사랑 박정우를 찾아내라고 한다. 진봉은 자신이 세연의 첫사랑이 아니었음에 놀라고 세연은 고통받는 자신에게 무심한 남편 때문에 서운하다. 결국 세연과 진봉은 이름 석 자 박정우만을 단서로 고향인 목포, 부산, 완도를 거치면서 첫사랑 정우에 대한 소식과 함께 세연의 첫사랑은 진봉이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기억과 진실 사이

세연의 기억 속 정우는 '첫사랑'이다. 친구의 교회 오빠이던 정우와의 추억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정우가 바람둥이라고 말했던 친구 현정이는 정우를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고 그 이유로 친구와 멀어졌다. 그러한 정우를 찾아 완도까지 가서 정우 동생 정아를 만난다. 정아는 정우가 이미 죽었으며 정우가 목포를 떠난 후에도 계속 사랑하던 여자를 가족 몰래 찾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연은 슬퍼했다. 그러다가 정우의 편지를 발견했는데 내용은 현정이와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이 담긴 편지였다. 정아는 세연이 그 현정인 줄 알았던 것이고, 그 편지로 인해 세연의 핑크빛 추억은 초라한 진실이 돼버렸고, 그 무안함을 무마시키려는 듯 진봉은 크게 웃는다. 
중년이 되었다는 증거 중 하나는 추억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젊고 왕성한 시절에는 앞만 보며 달리다가 중년쯤 되면 거슬러 젊은 날을 회상하며 추억하는데, 그 추억이라는 것이 상상을 더한 포장이라는 것을 영화는 위트있게 보여준다.

 

진봉의 진심

폐암 말기 소식에 남편의 위로가 있길 바랐지만, 오히려 화를 내는 남편을 향해 서운함에 울음을 터뜨린다. 사실 진봉은 세연의 검진 결과에 항의했고, 밤에 눈물을 흘리며 잠도 못 이뤘던 것이 영화 마지막에 밝혀진다. 진봉이 무심한 듯 멍하니 컴퓨터를 보며 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그는 일한 것이 아니라 세연에게 도움이 될 음식이라도 찾아보던 중이었다. 영화 초반에 진봉의 무심함에 관객은 분노했지만, 그의 진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현재 육아의 방향은 '공감'이다.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 제약이 많았다. 특히 남자는 어려서부터 울면 안 된다고 배워왔고, 참아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다 보니 아내가 앓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파도 함께 우는 게 쉽지 않다. 영화는 말미에 가족들의 진심 어린 사랑 표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지만, 진심은 마지막이 아니라 순간순간이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듯하다. 

 

서울극장

영화 전반부에 세연이 버스를 잘못 타서 내린 곳이 서울극장이다. 그곳은 세연에게 진봉과 영화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 장소인데, 90년대 청춘을 보낸 많은 이들에게 대표적으로 익숙한 곳이 서울극장이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극장에서 영화 보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었으며 흥행한 영화의 경우는 계단 등 구석구석에서 관람하는 경우도 흔하다가 90년대 들어서 극장이 대형화되면서 극장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된다. 관람할 수 있는 상영관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극장이어서 그곳에 가면 현재 흥행 중인 영화를 한눈에 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줄을 서서 티켓을 사는 경우가 흥행의 단서였다. 서울극장 주변은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이던 곳이다. 그렇게 화려했던 서울극장이 2021년 8월 31일을 끝으로 폐관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지닌 서울극장이 영화에서 부각되는 것은 영화 속 세연의 찬란했던 90년대 청춘과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이별을 고하는 그녀의 삶이라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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